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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고객은 합리적이다

1940년 5월, 뉴욕.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이 나일론 스타킹을 처음으로 선보이던 날, 수많은 여자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상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실크 스타킹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지만 날씬한 각선미를 자랑할 수 있는 나일론 스타킹은 시판 첫 날 불과 몇 시간 만에 준비된 4백만 켤레가 모두 다 팔렸고, 그 해에만 3천 6백만 켤레나 팔리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의 기다림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10월. 누구보다 먼저 아이폰4S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애플스토어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애플 신제품 출시 때마다 텐트를 치고 밤을 새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다른 스마트폰으로도 거의 다 할 수 있다. 또한 일체형 밧데리, A/S 등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아이폰의 단점으로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능상의 차이, 가격의 높고 낮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이폰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확고한 우위를 갖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제품이 잘 작동하는데도 기능이 조금 개선된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구입하기도 한다. “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갖고 싶으니까요.”

한 기업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능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은 당연히 고객이 자신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예측대로 행동하지 않는 고객 때문에 기업은 당혹스러워하며 말한다. ‘고객은 비합리적이다!’

고객은 정말 비합리적일까? 고객의 마음 속에는 여러 가지 니즈가 있다. 기능/가격적인 니즈 외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니즈, 과시하고 싶은 니즈,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니즈 등 그 종류와 정도는 고객마다 다양하다. 고객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자. ‘이 제품이 나의 니즈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가?’라고 고객은 생각한다.

제품을 통해 자신의 니즈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갖고 싶다’라는 생각과 함께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즉, 고객의 구매는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니즈가 제품의 사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Needs Design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필립 코틀러는 “고객 니즈의 이해는 마케팅의 출발점이며 경영에서 이것이 없으면 장님과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합리적인 고객’을 ‘필요한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라고 생각하여 고객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고객은 합리적이면서 복잡하다. 고객은 마음 속에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고 하나의 제품을 통해 이를 누리고자 한다. 따라서 하나의 니즈에만 포커스를 둔 제품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기업은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다양한 니즈를 상충되지 않게 조합하여 제품으로 구체화 할 수 있어야 한다(Needs Design).

앞에서 소개되었던 나일론 스타킹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나일론은 20세기의 기적으로서 과학이 낳은 최첨단 제품이었다. 듀폰의 광고처럼 ‘석탄, 물, 공기’로 만들어진 혁신의 상징이었다. 듀폰은 기존의 스타킹이 갖고 있던 기능적인 니즈는 물론 각선미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니즈(심미적인 니즈), 과학이 낳은 최첨단을 누리고자 하는 니즈(상징적인 니즈)를 탄력적이고 광택이 나는 반투명의 혁신적 소재라는 제품 안에 디자인하여 고객의 구매욕구를 만들어냈다. 애플의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폰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서의 기능적인 니즈 외에 단순한 조작으로 복잡한 작업을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니즈(편의적인 니즈), 얇은 금속의 질감을 잘 활용한 심플하고도 아름다운 디자인(심미적인 니즈), 스티브 잡스라는 CEO의 스타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로 디자인된 아이폰은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닌 ‘고객의 Desire’로 탄생하게 되었다.

Ⅱ. 다양한 니즈의 디자인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혁신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을 선도할 혁신제품을 탄생시키 위한 과정은 참으로 험난하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말로 표현되는 고객의 니즈는 5%에 불과하다. 95%는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드러나지 않은 95%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신제품 실패 사례는 대부분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신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고객에게 알려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알리지 못하면 시장 형성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계속적으로 시장 선도를 유지하는 것은 혁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시장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더 나은 기능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능/가격적인 니즈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계속적인 시장 선도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능/가격적인 니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한 기업이 혁신제품을 내놓으면 경쟁사들은 곧 유사제품을 만들어낸다. 혁신제품은 commodity(일용품)가 되어 버린다. 특히 혁신제품이 기능에 초점을 둔 경우라면 상용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기술 보편화 현상으로 인해 경쟁사의 모방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산업기술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 보편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객은 기능적인 니즈에서 벗어나 자신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다양한 스마트폰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다림조차 설레임으로 만들며 신제품 출시 전날부터 날을 새가며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아이폰 뿐이었다. 최근 고객충성도가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두터운 고객층을 자랑하고 있다.1 스마트폰들의 기능을 비교해보면 기업 간의 기술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다. 고객들은 품질이나 기능상의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구매의 기준으로 제품이 담고 있는 디자인, 경험, 의미가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은 아이폰을 사용함으로써 스마트폰의 기능은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과 혁신의 상징까지 누리고 싶어한다. 스마트폰 경쟁이 보여주듯이 모든 산업은 초기에는 기능의 경쟁으로 시작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누가 이용자에게 보다 더 많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통한 감동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기능적인 니즈와 달리 심미/상징적인 니즈는 모방이 어렵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맛 선호도 테스트는 이를 증명해주는 고전적인 사례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사람들은 펩시콜라의 맛을 더 선호하였다(펩시콜라 51%, 코카콜라 44%). 그러나 각각의 브랜드명을 부착한 후, 브랜디드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응답자의 65%가 코카콜라를 선호한 반면, 펩시콜라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였다. 이는 고객은 단순히 맛이라는 기능적인 니즈만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객이 마시고자 한 것은 ‘갈색의 달콤한 탄산음료’가 아니라 강력한 상징적인 니즈에 바탕을 둔 ‘코카콜라’였던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저서 `Market 3.0'에서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던 1.0 시장을 시작으로, 서비스와 고객만족으로 승부하던 2.0 시장을 지나 현재는 진정성과 감동이 주요 가치로 부각되는 3.0 시장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아울러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객의 영혼에 호소할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교육 수준 향상, 인터넷 및 SNS 이용 확대 등으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지는 고객들을 기능적인 니즈 충족으로만 감동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 증대

‘차가운 가슴에 꽃이 피다’

LG전자는 꽃의 화가로 유명한 하상림의 작품을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소재로 냉장고 표면에 입체감 있게 그린 ‘아트디오스(2006년)’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첨단기술 제품의 디자인에 감성적 예술을 접목해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테카르트 마케팅(Teckart marketing)은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자제품을 넘어 생활용품, 자동차 등 다른 산업으로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생활 및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대중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문화/예술을 누리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를 제품에 담아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고 나아가 감동까지 이끌어내고자 한다.

사회·환경적 이슈에 대한 관심 증대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힘겹게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한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소년이 받는 임금은 고작 2달러.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는 이 기사로 아동 노동 착취로 돈을 버는 악덕기업으로 비난 받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였다.

미디어, 인터넷 및 SNS 등의 발달로 사람들은 사회적 이슈들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환경적 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고객은 친환경적이고 정직하게 생산된 착한 제품을 선택하고자 한다.

자기표현 욕구 증대

대량 생산과 정보 범람의 시대 속에서 고객들의 자기 표현 욕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DIY 마케팅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또한 자기 표현 욕구의 증대와 관련이 있다. 고객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상품을 갖고 싶어한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10만 가지 이상의 액세서리를 이용하여 모토 사이클을 꾸미기도 하고,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개인의 취향에 맞게 모토 사이클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고객들은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BMW MINI의 경우 지붕, 몸체, 사이드 미러, 바퀴까지 디자인과 색깔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톡톡 튀는 나만의 자동차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 고객의 니즈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기능/가격적인 니즈보다는 심미/상징적인 니즈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심미/상징적인 니즈가 강조된다는 것은 고객의 소비 성향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고객이 기능/가격적인 니즈에 충실하면 핸드폰이 고장날 때까지 사용하지만, 심미/상징적인 니즈에 맞춘 소비를 하게 되면 디자인의 변형, 최첨단 이미지 때문에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는 공급 과잉의 시대 속에서 기업에 의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단순히 수요를 예측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동적인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Ⅲ. 니즈를 디자인한 기업들

다양한 니즈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고 제품으로 구체화시켜서 꾸준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시장 선도 유지에 대한 시사점을 알아본다.

Type1: 다양한 니즈를 함께 디자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심미/상징적인 니즈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지만 기능/가격적인 니즈는 여전히 중요하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심미/상징적인 니즈를 추구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가격적인 니즈의 희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심미/상징적인 니즈를 담은 제품이 반드시 프리미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심미/상징적인 니즈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을 하여 상충되어 보이는 니즈들을 동시에 달성한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단순히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인건비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지 않았다.

가격으로부터의 해방과 패션의 다양화, 패스트패션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빠르게 제작하여 유통시키는 모습이 마치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유니클로, H&M, 자라가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기업이다. 제품의 기획, 개발에서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두 시스템을 일괄 적용하여 최신 유행에 맞춰 발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한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의 디자인,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빠른 상품회전으로 재고비용을 낮춰 원가절감 효과를 높인다.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신속하게 제공한다. 단순히 저렴한 재료를 사용한다거나, 인건비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심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원가 절감을 실현시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 패션업체들이 일반적으로 1년에 4~5회씩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 반면, 패스트패션은 보통 1~2주일 단위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심지어 3~4일 만에 또는 하루 만에 상품이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빠른 상품 회전으로 재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상품들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고객은 최신 유행하는 다양한 옷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패스트패션은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했던 의류 사업에서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직접 제작이 주는 원가절감과 창조의 기쁨, 이케아

한 부부가 자녀의 방을 꾸며주기 위해 이케아의 세팅룸(이케아 상품으로 꾸며 만들어 놓은 모델하우스)을 둘러본다. 그 후 자녀의 방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를 직원과 상담한다. 방을 꾸며 줄 침대, 옷장, 책상들을 선택하고 매장에서 구입한다. 고급 가구점에서 침대 하나를 살 가격으로 침대, 옷장, 책상 모두를 구입할 수 있다. 부부는 구매한 가구를 직접 조립하여 자녀들의 방을 꾸며준다. 저렴한 가격보다 고객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조립한 가구들로 자녀의 방을 꾸며준다는 점이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 침구류, 생활용품 등을 제작하는 스웨덴 DIY 인테리어 전문 그룹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이들에게 사랑 받는 브랜드로서 35개국에 26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구회사이다. 이케아의 원가 절감 방식 역시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니즈와 가족과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니즈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가구를 구입한 사람들이 직접 조립하게 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조했다는 뿌듯함을 제공한다. 같은 품질의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한 번도 가구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이색 공급업자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철망 제조사와 쇼핑 카트를 만들기도 하고, 통조림 캔 공장에서 양철 쓰레기통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볼보 공장에서 나온 타이어 자투리로 액자를 만들고, 고압선 철탑 부품으로 티라이트 홀더를 만드는 등 버려질 수도 있는 재료들의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는 혁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Type2: 고객이 생각하지도 못한 니즈를 함께 디자인

스티브 잡스는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고객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진정한 욕구를 제품에 담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그것이 시장 선도를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찾기 위해 고객에게 묻는 대신 관찰하거나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의 내부 인력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고객도 생각하지 못한 미래 지향적인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물론 직원들의 기술, 경험, 철학까지 담긴 세련된 디자인의 아이폰’,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다이슨 에어 멀티 플라이러)’, 구글의 ‘안경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프로젝트 글라스)’, 나이키의 ‘날기 위해 밑창에 스프링을 단 운동화(나이키 샥스)’ 등 고객들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제품이 탄생하였다.

커피 문화를 제공한 기업,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시장 진입 당시, 소수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표준화된 밋밋한 커피가 대부분이었다. 스타벅스는 고급 커피를 즐기고 싶은 고객의 잠재욕구를 발견하고 강렬한 향의 고급 커피를 시장에 내놓게 되었다. 스타벅스가 고급 커피라는 제품만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프리미엄 커피를 제공하는 수많은 업체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고급커피와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commodity였던 커피를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은은한 조명이 주는 부드러움, 원목의 테이블과 탁자가 주는 따뜻함, 경쾌한 음악과 적당한 소음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최고급 원두 커피를 즐기며 사람들은 대화를 즐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스타벅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은 단순히 ‘커피’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자 ‘새로운 커피 문화’였다.

고객의 상상을 뛰어넘은 즐거운 비행, 사우스웨스트 항공

기상 악화로 인한 비행기 연착이나 결항, 복잡한 보안 검색, 기내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 곳곳에 존재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은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처럼 고객의 만족을 얻기 어려운 항공업계에서 사우스웨스트는 창업 이래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흑자경영을 해오고 있으며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에 올랐다.

원가절감을 위해 기내식이나 잡지는 없다. 심지어 지정석도 없다. 대신 운항시간 및 화물 처리 등이 정확하게 지켜지고 이와 함께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항공 쇼’라고 불리는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영가치는 ‘즐거움’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재미있는 기내 방송이 고객을 맞아준다.

“기내에서 흡연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신 분들은 창 밖에 보이는 비행기 날개 위에서 흡연하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는 지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은 신나게 승객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승객에게 노래를 시키기도 한다. 생일인 승객을 찾아가 깜짝 생일파티를 해주기도 한다. 승무원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비행의 불편함을 잊은 채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CEO인 허브 켈러허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려면 먼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직원들의 상상력과 에너지를 최대한자유롭게 발휘하도록 한다. 직원들의 이러한 창의력으로 추가적인 비용 없이 고객도 기대하지 못한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Ⅳ. 고객에게 알리는 방법 또한 디자인하라

도요타의 신입 영업사원 교육자료를 보면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일단은 고객을 운전석에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내용이 있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느껴지는 가죽시트와 시동소리에 고객의 경계심이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차의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도 한번 체험으로써 고객이 느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기능/가격적인 니즈는 단순한 설명이라는 언어로 전달해도 고객을 설득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심미/상징적인 니즈는 언어로서 고객에게 전달하기 어렵다. 체험이나 스토리를 통해 고객이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경계심을 풀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험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오래 기억되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제품에 대한 고객의 경험은 브랜드의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케아의 대표적인 마케팅 방식은 카탈로그와 가구 전시장이다.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1951년 처음 발간된 이후 현재 매년 2억 1000만 부를 인쇄해 36개국에서 27개의 언어로 발행한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평이 있을 정도이다. 고객들은 매장을 찾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기 전에 반드시 이 카탈로그를 찾는다. 따라서 이케아는 고객의 구매욕망을 일으키기 위해 최고로 멋진 제품의 사진으로 카탈로그를 장식한다. 카탈로그에 적힌 가격은 새로운 발행본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 오르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케아만의 독특한 고집이다. 따라서 카탈로그는 기업의 신뢰를 상징한다. 또한 매년 1만2000~9500종의 상품이 소개되기 때문에 기업의 다양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카탈로그를 통해 고객에게 기능/가격적인 니즈는 물론 심미/상징적인 니즈까지 전달한다.

고객은 카탈로그를 보고 가구전시장을 찾는다. 이케아의 가구 전시장은 단순히 가구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카페, 식당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쇼핑과 나들이를 함께 즐기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러한 문화까지 제공하는 경쟁업체는 없다. 가구를 조립하고 방을 꾸미는 동안은 물론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까지도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가치 제공은 이케아와 홈디포(미국 1위 건축자재 유통 업체)의 중국 경영성과에서 큰 차이를 가져왔다. 중국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DIY 제품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경쟁적 우위를 갖지 못한다. 중국 소비자들은 굳이 DIY 제품을 사서 직접 조립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홈디포는 중국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철수했다. 반면 이케아는 같은 DIY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DIY 제품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들을 위해 조립을 도와주는 점원을 두었다. 또한 휴식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케아 안에 있는 카페에서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휴식을 즐긴다. 그리고 가구를 살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케아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중국 진출 초기 카페에만 들르거나 구경만 했던 고객들이 최근에는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이케아는 중국에서의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3의 공간’을 활용하여 고객의 체험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제3의 공간은 집과 직장이 아닌 도시 속의 내 집과 같은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고객은 새로운 것에 대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낮추고 호기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제품을 체험하고자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3의 공간은 잠재적인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객에게 제품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심미적인 니즈를 전달한다. 유니클로는 제3의 공간을 잘 활용한 기업 중의 하나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복잡한 거리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화이트 컬러의 깔끔한 인테리어, 다양한 색깔과 사이즈의 옷이 구비되어 있다. 사람들은 비치된 옷을 마음대로 갈아입으며 자연스럽게 제품 체험의 기회를 갖는다.

또한 제품의 기능적인 면보다 제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고객에게 들려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탐스슈즈는 디자인이 단순하고 가격 또한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감동 스토리를 입힌 이 신발은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CEO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로 휴가 여행을 갔다가 신발이 없어 다치고 병든 아이들의 발을 보게 된다. 그는 기부가 아닌 사업을 통해 아이들을 돕고자 한다. 고객이 한 켤레를 구매하면 개발도상국의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형태로 사업을 한다. 이처럼 제품에 감동스토리를 입혀 고객의 상징적인 니즈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다.

Ⅴ. 고객 니즈의 메디치 효과

2012년 7월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마지막을 비틀즈의 ‘헤이 주드(Hey Jude)’가 장식했다. 폴 매카트니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은 밤하늘의 불꽃놀이와 함께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비틀즈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전설로 남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는 아름다운 음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흥을 돋우기 위한 신나는 음악이 대부분이었던 당시, 비틀즈는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자유, 반전, 히피, 동양사상 등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음악의 예술성과 함께 대중문화를 이끌어갔다. 기존 체제에 저항하며 자유를 열망하던 젊은이들은 비틀즈에 열광하게 된다. 그들은 음악에 있어서도 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인도 전통 악기인 시타(‘She’s Leaving Home’)와 탐부라(‘Within You Without You’)를 도입하기도 하였으며 웅장한 팝 오페라 형식(‘Abbey Road’ 앨범中)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비평가들은 비틀즈의 등장으로 팝음악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아름다운 음악에 사회·문화적 메시지, 그리고 대중은 생각하지도 못한 시도가 더해져 20세기 최고 문화의 아이콘인 비틀즈가 탄생하였다.

이처럼 시대를 바꾼 혁신은 여러 니즈의 접점에서 탄생하였다. 다양한 영역이 하나로 만나는 접점에서 기존의 생각을 새롭게 재결합함으로써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고 한다. 이러한 메디치 효과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폭발적인 창조의 시대인 르네상스를 만들었다.

다양한 니즈가 제품이라는 접점에서 모일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패스트패션, 이케아의 경우 역시 서로 상충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니즈들을 제품에 담아 혁신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들은 거의 모든 산업이 레드오션인 지금,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을 만들어냈다. 메디치 효과를 통해 르네상스가 도래했듯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제품이라는 접점에 담아낸다면 고객의 기다림을 설레임으로 만드는 제품들의 스토리가 다른 나라 기업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LG경제연구원 임지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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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2-10 10: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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